[현장 카메라]공사 중 ”아차” 실수에, 바닷물에 절은 논 [앵커]지금 농촌에선 올 한해 벼농사 준비가 한창입니다. 그런데 볍씨를 뿌려야 할 논바닥에 난데없이 바닷물이 들어와 시작도 전에 농사를 포기한 곳이 있습니다. 현장카메라, 조현진 기자입니다. [기자]이맘때면 논에는 벼농사 준비가 한창인데요. 그러나 이곳은 한적하기만 합니다. 발로 논을 밟으면 푹푹 들어갑니다.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체념하고 있는데요. 무슨 일인지,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.해수욕장 앞에 있는 농경지.흙은 질퍽하고 거름으로 쓸 볏짚들이 누렇게 변해 방치돼 있습니다.곳곳엔 물이 고여 있고 물이 말라붙은 자리엔 하얀 가루가 남았습니다. 맛이 어떤지 먹어봤습니다. [현장음] ”짭니다.” 일대를 점령한 건 다름 아닌 바닷물, 안내문엔 석 달간 바닷물이 들락날락했다고 적혀 있습니다.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은 농작물을 말라 죽여 농경지에 치명적입니다. 일반 농경지의 염분 농도는 0.1%. 그런데 이곳은 4.15%까지 나옵니다. 농사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. [박광호 /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식량작물전공 교수] ”염분 농도가 높아서 벼 재배가 불가능하죠. 0.3% 이상 되면 벼 재배가 거의 불가능해요.” 지난 연말 옹진군이 발주한 물놀이장 공사가 화근이 됐습니다. 시공을 맡은 업체가 수문을 열어놔 밀물 때 바닷물이 밀려들어 온 겁니다.피해 농지는 확인된 것만 4만㎡. 농민들이 문제제기를 할 때까지 시공사도, 공사를 맡긴 옹진군도 까맣게 몰랐습니다. 논을 조금만 파 봐도 시커먼 갯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.피해 보상이 진행 중이지만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할 판입니다. [시공업체 관계자] ”염해 제거 작업을 하려고 하는 부분도 있고 저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100%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.” [이낙호 / 바닷물 유입 피해 농민] ”전 여기서 한 15년쯤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걸 못한다고 그러면 저는 지금 생계가 어려운 입장이죠.” 지난해 여름 54헥타르 농경지에 바닷물이 유입되는 피해를 입은 해남군 한 마을. 방조제 수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습니다. 저수지 물을 끌어와 염도를 희석시켜 겨우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량은 평소 절반도 못 미쳤습니다. 문제는 올해 농사가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. 비라도 와서 땅을 씻어주기라도 하면 나으련만, 야속한 가뭄까지 더해져 걱정이 태산입니다.[김주환 / 바닷물 유입 피해 농민] ”토양에 염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요. 지금 걱정이 많습니다. 모를 심어서 염해가 올라온다면 피해가 많을 거예요.” 한 번의 실수가 수년간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상황, 농민들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. 현장카메라 조현진입니다. 영상취재 : 조세권 이기현 영상편집 : 김민정조현진 기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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